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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좋아?” 내가 방송국 기자로 일할 때 취재를 하고 돌아오면 부장은 늘 그렇게 묻곤 했다. 그는 버릇처럼 말했다. “방송은 그림이야, 무조건 그림이 좋아야 해.” 시청률을 높이려면 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아야 하고, 그러려면 눈에 확 띄는 화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하물며 뉴스도 이럴진대, 예능은 오죽하겠는가. 최근 MBC의 <나는 가수다>가 편집 논란에 휩싸인 것은, 그러므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방송인들은 앞에 찍은 화면을 뒤에가 가져다 붙이는 게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시청자들이 감동을 받으면 성공이다. 혹여 눈에 티끌이 들어가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라도 가수의 노래 뒤에 붙이면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변신할 것이다. 가수들의 인터뷰 장면을 보시라. 출연자의 눈에 살짝이라도 눈물이 고일 것 같으면, 카메라는 어김없이 줌인으로 그의 눈가를 클로즈업한다. 감동을 위해 ‘그림’을 만드는 것이다.

방송인들의 이런 관행적인 그림 강박증은, 때론 넘지 말아야할 윤리적 선을 사뿐하게 뛰어 넘기 일쑤다. 다큐멘터리 <트루맛쇼>가 포착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3개 공중파 방송의 맛집 탐방 프로그램을 도마 위에 올린 <트루맛쇼>는 이들이 그림을 만들어내 위해 조작도 서슴지 않는 상황을 고발한다. 그리고 제작진이 택한 방식은 야심차게도, 공중파 방송이 자주 써먹는 ‘몰카 방식’이다.

제작진은 가짜 음식점을 만들어 놓고, 맛집 프로그램 섭외에 나선다. 이 과정에 브로커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브로커에 따르면 맛집 프로그램에 나가기 위해선 1천만 원은 써야 한다. 그렇게 해서 오로지 그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조작된, 맛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희한하게만 보이면 그만인, 기상천외한 음식이 탄생된다. 가짜 손님들이 동원된다. 그들은 호들갑 스럽게 “너무 맛있어요!”를 연발한다. 그렇게 해서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깜빡 속고 만 맛집 프로그램은, 버젓이 그 가짜 해프닝을 방송에 내 보낸다. TV를 통해 자신들의 사기극이 방영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제작진의 얼굴에 아른 거리는 것은 “속여 넘겼다”는 희열과 쾌감이 아니다. “정말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로 증명되는 데 대한 씁쓸함이다.

다큐멘터리 <트루맛쇼>는 용감한 작품이다. 일단 공룡에 빗대어지는 공중파 방송을 속이기로 마음먹은 것부터가 그렇다. 제작진은, 스스로 맛집 프로그램의 가짜 손님 체험을 통해 방송을 위해 무엇이 어떻게 조작되는가를 보여준다. 그걸 넘어 직접 몰카를 설치해 공중파 방송의 뒷통수를 친다. 그것도 아주 세게.

방송의 조작을 비판하면서 어떻게 스스로 조작을 감행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날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다큐멘터리는 서구에선 기득권을 고발하고 비판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제작 방식이다. 한국에서 개봉한 바 있는 미국 다큐멘터리 <예스맨 프로젝트>(2009)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부도덕한 대기업을 고발하기 위해 영국 BBC를 속인다. 그 기업의 대변인을 사칭해 BBC 생방송에 출연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부도덕을 사죄한다는 가짜 성명을 발표한다. 이 해프닝으로 인해 BBC의 권위는 추락하고, 해당 대기업의 주가는 폭락했다. 엄밀히 따지면 사기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BBC와 이들이 사칭했던 대기업은 제작진을 고소하지 않았다. 한국의 MBC는 <트루맛쇼>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기각 당했다.

마이클 무어도 이 분야에선 대부다. 부시 정권과 이라크 후세인 정권과의 은밀한 거래를 고발한 <화씨 911>을 비롯해서 미국 의료 보험 체계의 후진성을 고발한 <식코> 등의 영화에서 감독과 제작진은 스스로 나서 덫을 만들고, 그 덫에 걸려든 기득권층의 후안무치를 조롱하고 고발한다. 이런 걸 ‘수행적 다큐멘터리'라고 부른다. <트루맛쇼>는 사실상 한국 최초의 수행적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아직도 이 작품을 보지 않으셨다면, 필견의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은, 단순한 영화 관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청자를 기만하는 걸 관행으로 여기는 방송 권력을 향해 준엄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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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three-m.kr/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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