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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감독 가운데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김기덕 감독이죠, 얼마전에는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신작 <아리랑>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는데요,

사실 해외 영화제에 가보면, 김기덕 감독의 위상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해외 영화 팬들 가운데, 다른 감독은 몰라도 김기덕 감독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최근에 국내 아이돌 스타들의 유럽 한류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원조 한류는 김기덕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국내에서만큼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이 대중과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조재현 씨가 주연을 맡았던 2001년작 <나쁜 남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연출작이 흥행에서 부진을 거듭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5년에 만든 <활> 같은 영화는, 1천 명의 관객도 채 모으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김기덕 감독은, 취재차 경찰서에 들렀다가 노숙자로 몰려서 유치장에 갇히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외와 국내에서의 대접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 때문인지, 김기덕 감독은 국내 관객과 언론에 대한 냉소와 비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국내에서 더 이상 자신의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었죠. 이번에 <비몽> 이후 3년만의 침묵을 깨고 자신을 주인공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리랑>을 들고 나왔는데요, 영화 속에서 특정 영화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해 역시나 많은 논란에 휩싸였죠.

그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감독이지만,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영화를 배운 젊은 감독들이 요즘 충무로의 대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청출어람의 사례를 보여주는 신예 감독들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한 명이 지난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라는 작품으로 최고의 데뷔작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장철수 감독입니다.

장철수 감독은 <해안선>에서부터 <봄여름 가울 겨울, 그리고 봄>, 그리고 <사마리아>까지 줄곧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하면서 감독 데뷔를 준비해왔는데요. 자신의 장편 데뷔작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일약 가장 주목받은 신인 감독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서영희씨가 주연을 맡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한 외딴 섬에서 가족들로부터 핍박 받으며 살아가는 한 여성이, 섬을 탈출하려다가 결국 자신의 가족과 섬사람들을 대상으로 핏빛 복수를 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약자를 억압하는 한국 사회의 폭력적인 일면을 장르 영화적인 호흡으로 유려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기덕 감독 조감독 출신으로 최근 데뷔작을 내놓은 또 한명의 감독으로 노홍진 감독이 있습니다. 얼마전 <굿바이 보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는데요. 이 영화는 감독의 유년기의 추억이 어린 80년대 후반부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는데요.

중학생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아 무기력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무기력 때문에 술집에 나가야 하는 어머니, 또 주인공 소년이 다니는 신문 배달소의 폭력적인 분위기 등을 통해 80년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극장가에서 500만을 돌파한 <써니>가 80년대를 유쾌한 느낌으로 회고했다면, 이 작품은 80년대를 무기력한 가부장, 그리고 폭력이 아른거렸던, 암울했던 시대로 추억하고 있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직접 제작한 작품도 있습니다. <풍산개>(6월 23일 개봉)라는 작품인데요, 김기덕 감독 자신은 <아리랑>처럼 작가주의적 색체가 강한 작품을 연출하면서, 제자들에게 상업영화 연출을 맡기는, 두 가지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풍산개>의 연출을 맡은 전재홍 감독은 한국 미술계의 거장 김흥수 화백의 외손자이구요. 고등학교 때 성악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시간><숨><비몽>등의 작품에서 김기덕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연출력을 쌓아 왔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두 감독이 모두 김기덕 감독의 우산 밑에서 나와 따로 데뷔한 것과는 달리, 전재홍 감독은 김기덕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을 가지고 김기덕 필름에서 자신의 데뷔작을 찍게 됐습니다.

영화 <풍산개>는 윤계상, 김규리 씨가 주연을 맡았는데요. 윤계상 씨가 휴전선을 넘나들며 사람이나 물건을 옮겨다 주는, 기이한 남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남한으로 전향한 북한 고위간부의 애인이 김규리씨인데요, 이 여성을 북한에서 남한으로 데려오는 와중에 두 사람 간에 연정이 피어 나게 됩니다.

영화 <풍산개>는 상업영화로 기획이 되긴 했습니다만,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쓴 만큼, 여러모로 김기덕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영화로 탄생이 됐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에선 남자 주인공이 마치 그림자처럼 행세하는 그런 약간 비현실적인 설정이 나오죠, 주인공이 장대 높이 뛰기로 휴전선 철망을 넘나든다는 이 영화의 설정도 그런 점에선 현실적 개연성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남북 관계를 은유하기 위한 일종의 판타지적 설정이라는 점에서 대동소이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굉장히 이색적인 호흡을 보여주는 영화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얼마전에 김기덕 감독에게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는데요, 장훈 감독도 김기덕 감독 밑에서 영화를 배운 감독이죠. 장훈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는 영화다>가 바로 김기덕 필름이 제작한 상업영화였습니다. 영화는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만, 배급사가 흥행 수입을 정산하지 않고 도산하는 바람에 사실상 돈을 벌지 못한 불운의 영화였죠, 이 작품 이후에 <의형제>를 진행하던 장훈 감독이 다른 배급사와 계약을 하게 된 게 화근이 돼서 김기덕 감독이 인간적인 배신감을 받았고, 그런 정서가 영화 <아리랑>에 담겨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장훈 감독은 다음달 21일 개봉하는 한국전쟁 영화 <고지전>을 통해 자신의 연출력에 대한 세 번째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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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three-m.kr/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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