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10536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림 좋아?” 내가 방송국 기자로 일할 때 취재를 하고 돌아오면 부장은 늘 그렇게 묻곤 했다. 그는 버릇처럼 말했다. “방송은 그림이야, 무조건 그림이 좋아야 해.” 시청률을 높이려면 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아야 하고, 그러려면 눈에 확 띄는 화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하물며 뉴스도 이럴진대, 예능은 오죽하겠는가. 최근 MBC의 <나는 가수다>가 편집 논란에 휩싸인 것은, 그러므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방송인들은 앞에 찍은 화면을 뒤에가 가져다 붙이는 게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시청자들이 감동을 받으면 성공이다. 혹여 눈에 티끌이 들어가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라도 가수의 노래 뒤에 붙이면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변신할 것이다. 가수들의 인터뷰 장면을 보시라. 출연자의 눈에 살짝이라도 눈물이 고일 것 같으면, 카메라는 어김없이 줌인으로 그의 눈가를 클로즈업한다. 감동을 위해 ‘그림’을 만드는 것이다.

방송인들의 이런 관행적인 그림 강박증은, 때론 넘지 말아야할 윤리적 선을 사뿐하게 뛰어 넘기 일쑤다. 다큐멘터리 <트루맛쇼>가 포착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3개 공중파 방송의 맛집 탐방 프로그램을 도마 위에 올린 <트루맛쇼>는 이들이 그림을 만들어내 위해 조작도 서슴지 않는 상황을 고발한다. 그리고 제작진이 택한 방식은 야심차게도, 공중파 방송이 자주 써먹는 ‘몰카 방식’이다.

제작진은 가짜 음식점을 만들어 놓고, 맛집 프로그램 섭외에 나선다. 이 과정에 브로커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브로커에 따르면 맛집 프로그램에 나가기 위해선 1천만 원은 써야 한다. 그렇게 해서 오로지 그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조작된, 맛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희한하게만 보이면 그만인, 기상천외한 음식이 탄생된다. 가짜 손님들이 동원된다. 그들은 호들갑 스럽게 “너무 맛있어요!”를 연발한다. 그렇게 해서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깜빡 속고 만 맛집 프로그램은, 버젓이 그 가짜 해프닝을 방송에 내 보낸다. TV를 통해 자신들의 사기극이 방영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제작진의 얼굴에 아른 거리는 것은 “속여 넘겼다”는 희열과 쾌감이 아니다. “정말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로 증명되는 데 대한 씁쓸함이다.

다큐멘터리 <트루맛쇼>는 용감한 작품이다. 일단 공룡에 빗대어지는 공중파 방송을 속이기로 마음먹은 것부터가 그렇다. 제작진은, 스스로 맛집 프로그램의 가짜 손님 체험을 통해 방송을 위해 무엇이 어떻게 조작되는가를 보여준다. 그걸 넘어 직접 몰카를 설치해 공중파 방송의 뒷통수를 친다. 그것도 아주 세게.

방송의 조작을 비판하면서 어떻게 스스로 조작을 감행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날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다큐멘터리는 서구에선 기득권을 고발하고 비판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제작 방식이다. 한국에서 개봉한 바 있는 미국 다큐멘터리 <예스맨 프로젝트>(2009)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부도덕한 대기업을 고발하기 위해 영국 BBC를 속인다. 그 기업의 대변인을 사칭해 BBC 생방송에 출연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부도덕을 사죄한다는 가짜 성명을 발표한다. 이 해프닝으로 인해 BBC의 권위는 추락하고, 해당 대기업의 주가는 폭락했다. 엄밀히 따지면 사기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BBC와 이들이 사칭했던 대기업은 제작진을 고소하지 않았다. 한국의 MBC는 <트루맛쇼>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기각 당했다.

마이클 무어도 이 분야에선 대부다. 부시 정권과 이라크 후세인 정권과의 은밀한 거래를 고발한 <화씨 911>을 비롯해서 미국 의료 보험 체계의 후진성을 고발한 <식코> 등의 영화에서 감독과 제작진은 스스로 나서 덫을 만들고, 그 덫에 걸려든 기득권층의 후안무치를 조롱하고 고발한다. 이런 걸 ‘수행적 다큐멘터리'라고 부른다. <트루맛쇼>는 사실상 한국 최초의 수행적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아직도 이 작품을 보지 않으셨다면, 필견의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은, 단순한 영화 관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청자를 기만하는 걸 관행으로 여기는 방송 권력을 향해 준엄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원문출처 : http://three-m.kr/102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4 이시영씨 권투대회? file ADMINPLAY 2010.10.28 7464
53 이제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아이유 3단 짤 file l2zeo 2010.12.29 10320
52 이제 얼마 안남았다... l2zeo 2010.06.16 9113
51 이제막 계정을 신청했습니다. 1 메일 2010.01.22 9836
50 이통사 가입비2015년 완전 폐지…8월中 40% 내려 허허이런 2013.06.10 9001
49 인류 최초의 진통제 (e-지식채널) file ADMINPLAY 2010.10.04 8878
48 인천공항 해외매각 국민의 힘으로 막아야 합니다.. ADMINPLAY 2012.07.30 13539
47 인천대교서 고속버스 추락…40여명 구조 중 file l2zeo 2010.07.03 9378
46 자유게시판 분위기가 정보글로 가득하네요^^; 1 재미스트리 2014.04.20 8948
45 작사가 최희진, 상반신 누드 이어 비키니-용문신 사진 공... file l2zeo 2010.09.28 18898
44 잠실 롯데마트 디아블로3 한정판 간단 구입기 2 file ADMINPLAY 2012.05.15 15434
43 잡담~~?? 3 유로 2010.11.22 8115
42 재 입대하기 VS 5천만원 받기 1 익은고구마 2011.08.14 11639
41 저도 빨리 관지라 시켜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여 ㅋㅋ 2 랩퍼투혼 2021.09.11 141
40 전진-채민서 열애 목격자 글 성지순례 '급부상' ADMINPLAY 2010.11.10 8429
39 제 홈페이지에도 배너 장착했네요!~^^ 2 유로 2009.10.10 11681
38 제로보드xe로 열심히수정햇는데.... 2 히로시마 2009.11.19 10266
37 제시카 키우기 file ADMINPLAY 2010.11.05 8746
36 존경받는 남편이 되는 열두가지 1 ADMINPLAY 2010.08.26 7986
35 좋은정보가 많네요.. 1 여유로운삶 2013.01.14 10741
34 죄송합니다. 1 결실 2010.03.17 6935
33 주말에 부산가려구요 ㅋ 1 이런것까지야 2014.03.27 8119
32 지금은 배너안되죠?? 3 HappyYear 2010.04.10 11982
31 지하철 난투극 동영상 file ADMINPLAY 2010.10.04 10682
30 집에서 개인서버를 사용하려면 기초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요? 4 l2zeo 2010.02.19 7922
29 참네... 어이없군요!!!! 2 BITTER 2010.01.05 8247
28 천안함... 내외부 물질.. 북,중,러시아제 미사일 물질과 ... 3 HappyYear 2010.05.15 10399
27 출석부.... 3 l2zeo 2010.05.09 8902
26 카라 (Kara) - 루팡 (Lupin) l2zeo 2010.02.23 9505
25 코뿔소가 그림을 그리면? 1 익은고구마 2011.08.14 11678
24 쿵푸팬더만 애니메이션이냐?! ADMINPLAY 2011.06.24 12863
23 태국 유혈사태 격화…23명 사망 심각해지네요.. 기사 스크... 2 HappyYear 2010.05.16 8756
22 태풍녀 동영상 곤파스녀 ADMINPLAY 2010.09.03 11523
21 탤런트 윤손하 교통사고로 다리 골절 전치3주 교통사고로 ... ADMINPLAY 2010.10.31 8055
20 토런트,P2P 운영방법 2 메일 2010.09.25 8745
19 트래픽 추가 1 메일 2010.09.25 8000
18 트랜스포머, 왜 그렇게 난리야? ADMINPLAY 2011.06.30 10923
17 티아라 - [처음처럼] 뮤직비디오 l2zeo 2010.02.24 8981
16 티아라 지연 사건 내용 정리 인데...음...한동안 시끄러울... ADMINPLAY 2010.10.07 12980
15 포인트별 레벨 순위....ㅠ.ㅠ 1 l2zeo 2010.02.17 806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Copyright ADMINPLAY corp. All rights reserved.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