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것이 보인다” 군대 안가려 ‘영혼’ 판 비보이

by ADMINPLAY posted May 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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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그룹 9명, 정신이상 위장 현역입대 면제 받아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 | 기사 게재 일자 : 2010-05-03 11:31
▲ 유명 비보이 그룹 멤버들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불법으로 현역병 입대 면제 처분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김연수기자
국내에서 결성된 세계 최정상급 비보이(B-boy) 그룹 멤버들이 정신이상 증세를 위장해 불법으로 현역병 입대 면제 처분을 받아 오다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적발된 비보이들 중 일부는 심지어 가족들에게조차 정신이상 증세가 있는 것처럼 속이는가 하면 길게는 2년에 걸쳐 허위로 치료를 받는 등의 치밀함을 보였다. 신체를 훼손하는 방법 외에 정신이상 증세를 위장한 병역 면제 사례를 최초로 적발한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그룹 외에 다른 비보이 그룹에서도 이 같은 불법 병역 면제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환청’ 증세 등을 위장해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아 불법으로 현역병 면제 처분을 받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A 비보이 그룹 팀장 황모(30)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들에 대한 병역 면제 처분을 취소하도록 병무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996년 결성된 이 그룹의 팀장이자 비보이 관련 학과 교수인 황씨와 전임 팀장인 정모(30)씨 등은 지난 2003년 각각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정신분열증 등의 진단을 받아 현역과 공익근무를 모두 면제받을 수 있는 제2국민역(전시 근로대상)인 병역 신체검사 5급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신체검사 1급을 받아 현역 입영 대상이었지만 환청과 환각 증세 등으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 등의 병역 면제 수법은 같은 팀 후배들에게도 전수됐다.

A 그룹 팀원 B(30)씨와 C(29)씨 등 7명의 팀원들은 황씨 등과 같은 수법으로 “환청이 들린다. 헛것이 보인다”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호소하며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1~3급이던 신체검사 등급을 보충역(공익요원 등) 대상인 4급 및 제2국민역인 5급으로 변경해 현역 입대를 면제받았다.

이들은 인터넷과 서적을 통해 정신질환의 증상을 미리 학습하고 어머니 등 가족과 함께 병원을 찾아가 “헛것이 보이고 환청이 들려 집 밖에 나가지 않고 방에만 있다”는 등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행동해 의사들을 감쪽같이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은 정신질환 등으로 입원했다 퇴원하고 약 6개월에서 2년에 걸쳐 허위로 약물 치료 등을 받는 동안 해외 경연대회에 출전하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A 그룹 멤버들은 정신질환 치료를 받는다면서도 지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10여개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

이들은 이런 실력을 인정받아 문화관광부가 최고의 비보이 그룹에게 주는 비보이 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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