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삶을 동경하곤 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이라고 언제나 화창한 봄날 같은 해피엔딩만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것은 아니죠. 비록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할지라도 그 단계까지 거쳐야 할 무한히 많은 역경과 고난을 생각해 본다면 과연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삶을 꿈꾸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됩니다.
오늘 골라본 몇 편의 영화는 바로 주인공들의 악전고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악전고투가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인데도 우리는 거의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죠. 몇편의 영화들 만나보시죠.
첫 번째 영화는 제목부터 사람의 목을 조르는 듯한 <다이하드>(1988)입니다. 오늘날 브루스 윌리스의 신화를 만들어낸 그 첫 번째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브루스 윌리스는 영화 찍을 때 그 사실을 알았을까요?
<다이하드>에서 우리의 주인공 존 맥클레인 형사는 비행기에서 들은 어설픈 승객의 발바닥 예찬론 때문에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종일 맨발로 뛰어다니며 급기야는 유리에 발바닥에 상해를 당하는 고난마저 겪게 됩니다.
영화속 주인공들이라 한다면 분명 멋진 옷차림을 기대하겠지만 영화 내내 존 맥클레인 형사가 보여주는 패션이란 러닝셔츠 한 벌일 뿐이죠.
처음에 등장할 땐 괜찮았습니다. 하얀 순면 러닝셔츠였으니까요.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 쯤에 거의 홈리스를 방불케 하는 찢기고 때묻고 피까지 흥건히 젖어있는, 한마디로 두눈 뜨고 볼 수 없는 상태로 전락해 버리죠.
두 번째 영화는 콜린 파렐 주연의 <폰부스>(2002)입니다
우리가 영화 촬영 현장에 대해 흔히 떠올리는 생각들 있죠. 화려한 해외 로케도 하고 영화 찍고 난 이후에는 맛있는 것도 먹고. 하지만 콜린 파렐은 영화 속에서 오직 공중전화 박스안에 갇힌 채 한시간 반을 소비하게 됩니다.
그의 이미지는 어떻습니까. 처음 등장은 꽤 그럴듯 했습니다. 고급 양복과 번쩍이는 금시계!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걸려든 인질극에서 그는 경찰에게 살해범으로 오인을 당하며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가 결국엔 가짜임을 대중들 앞에서 공개하는 개망신을 당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앞에서 바람핀 사실을 낱낱이 토해내야만하는, 심지어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작업중인 므흣한 여성에게 자신이 유부남임을 밝히는 수모까지 감수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이 정도 수모라면 아무리 영화속의 주인공이라도 자살하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겠죠. 하지만 한가지 아이러니한 건 바로 이런 망신을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함이라는 사실은 묘한 웃음마저 들게 만들죠. 콜린 파렐의 <폰부스>는 단 하루라는 시간동안 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 고초를 당할 수 있는지 보여준 상징적인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세 번째 영화는 <트레이닝 데이>(2001)입니다. 에단 호크와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여러분들, 한번 생각해 보시죠. 첫 직장에 첫 출근, 그 설레이던 마음과 사회를 향한 가열찬 포부는 <트레이닝 데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영화 속에서 두시간도 안돼 쪽나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영화가 끝나갈 때쯤 한가지 궁금증이 머릿속에 들게 되죠.
과연 영화가 3시간, 4시간으로 연장이 됐다면 에단호크는 계속해서 경찰이라는 직업을 택했을 것이냐!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너무나 힘든 하루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앞서 설명해드린 몇편의 영화들은 이제 소개해드릴 영화 한편을 보신다면 한마디로 “새발의 피다“ 라는 것을 아시게 될 겁니다.
<사랑의 블랙홀>(1992)! 영화 속에서 주인공 빌 머메이는 똑같은 하루가 몇 년씩 반복되는, 믿을수도 믿기지도 않는 인생을 경험하게 되죠. 똑같은 날들이 무한 반복된다?
여러분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더군다나 그 반복되는 나날들이 결코 웃을 수 없는 고난과 투쟁의 연속이라면요? 눈을 뜨자마자 그가 해야되는 것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가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사랑을 고백하기 위한 여자에겐 매일 따귀를 맞고 주먹으로 얻어 터지고 모욕을 당하는 수순을 겪어야만 하죠. 내일이란 결코 없습니다. 오늘 그 하루의 수모가 고스란히 다음날 되돌아오는 무한 반복되는 하루! 더군다나 그 하루의 시작은 별 마음에 들지도 않는 라디오 DJ의 끝임없는 수다를 들으며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빌 머레이는 영화 속에서 자살을 결심합니다. 수많은 방법을 통해서 자살을 시도하죠. 그러나 눈 뜨면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아침일 뿐입니다.
어쩌면 영화속 주인공들의 '죽도록 고생하기'가 의미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의 하루가 더 소중하다는 것이 아닐까요? 꿈보다 해몽이 좋은 시네마자키 김태훈이었습니다.
written by Jacosmile(김태훈)
원문출처 : http://three-m.kr/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