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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8 16:06

유혹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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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때때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특히 젊은 연인들이 영화를 통해서 발견하게 되는 장면들은 바로 낭만적인 사랑의 고백이나 또는 치명적 유혹의 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학교에서 12년 동안 공부를 해도 가르쳐 주지 않는, 30년간 부모님과 살아도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 그 멋진 프로포즈와 유혹의 기술, 몇 편의 영화 속에서 만나보시죠

첫번째 영화는 <음란서생>입니다.

제목부터 벌써 후끈 달게 하는 영화죠. 마치 B급 에로비디오 제목을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 속에서도 낭만적인 사랑의 고백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정빈과 사랑에 빠진 윤서, 우리의 한석규. 하지만 임금에게 들킨 나머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습니다. 바로 고자가 될지도 모르는 수술대 위에 눕게 되는 것이죠. 이 절체절명에 순간에도 결코 사랑은 멈추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정빈에게 급기야 “윤서” 한석규는 이런 고백을 하게 됩니다.

“마마는 절 놀리셨지요? 그리고 즐거워 하셨습니다.
그때 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고 제가 그 벌을 쫓아 드렸습니다.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그날부터 하루도 마마의 생각을 안 한날이 없습니다.
하지만 음란한 상상이 들어 그것이 사랑인지 음란한 욕심인지 분간이 아니 되었습니다.
분간이 아니 되는데 어찌 사랑이라 말하겠습니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불릴 수 있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 정빈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윤서' 한석규의 이 독백이 아니었을까요?

마치 시처럼 흘러가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 못함에 대한 그 구구절절한 진심이 담겨있는 이 독백이야말로 음란서생을 보고 나왔을 때, “어휴~ 동네비디오방에서 그냥 에로비디오 한 편 볼걸 그랬어.” 이렇게 시비를 걸어올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아름다운 멜로영화를 봤다, 하는 만족감을 주었던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고백은 종종 유혹의 형태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고전영화 하나 떠올려 봅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이 영화 속에서 가장 명장면이라고 한다면, 잉그리트 버그만과 게리 쿠퍼가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입니다.

잉그리트 버그만 대사 나갑니다.

“키스를 어떻게 해야되죠?”
“키스를 할 때 코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서로 부딪히지 않을까요?”

이와 비슷한 대사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무튼 난 지금껏 당신을 만나는 동안 단 한번도 키스를 해본 적이 없다.” “나는 순수한 순결한 여자다.” 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또한 “지금 당신과 키스하고 싶어요.” 하는 갈망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대사 한마디. 그러면서도 노골적이지 않고 품위까지 갖추고 있는 이 대사 한마디는, 영화 내내 조는 분이셨을지라도 머릿속에다 분명히 넣어 둘만한 유혹의 기술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영화 외적으론 그 청순한 이미지의 잉그리트 버그만, 아이와 마누라까지 있는 감독 로베르토 로셀로니를 “후루룹” 한 뒤에 이태리까지 도망갔던 전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속의 이미지와 현실의 이미지를 너무 분간하진 마십시요.

하지만 사랑의 고백, 유혹의 기술이라 해서 모두가 다 이처럼 시 같은 분위기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은 미친짓이다>라는 우리 영화가 있었죠? 감우성과 엄정화라는, 누가 봐도 선남선녀인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감우성은 엄정화를 어떤 대사로 유혹하게 될까요?

시적인 낭만이나, 기름끼는 쫙 뺀채 너무나 실용적인 대사 한마디. 첫만남에서 너무 늦어버린 채 택시를 잡기 힘들어지자 엄정화에게 던지는 그 대사!

“택시값이면 자고 가는데~”

아~~~~ 얼마나 실용적입니까!? 바로 이 대사 한마디로 감우성과 엄정화의 거의 두시간에 가까운 열애가 스크린에서 펼쳐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좀더 노골적인 대사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있죠? 영화를 발표할 때마다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


예지원과 김상경이 만납니다. 두 사람 별짓 다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용실로 끌고 들어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전무용도 추죠. 재즈댄스도 춥니다. 칼로리 소비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선배까지 낀 자리에서 소주잔 기울이며 시간 다 보냅니다.

어느덧 동이 터오는 새벽시간이 되어서야, 두사람의 시선에 므흣한 모텔의 간판이 들어오고 나서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런 대사를 외치게 되죠!

“우리 솔직해지기로 해요.”

아~ 그 한마디를 외치기 위해 보낸 시간이 몇 시간이나 될까요? 너무나 실용적인 대사 한마디를 위해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 길고도 먼 길을 돌아와야만 했던 겁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의 모든 대사들이 이처럼 삭막하고 때로는 건조하게 느껴지는 실용적인 대사들만 있는 것은 아니겠죠.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잭니콜스는 자신을 괴물로 생각하고 있는 여주인공에게 맛있는 저녁식사와 함께 이런 아름다운 대사를 남깁니다.

“당신이 나를 좀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만들었어.”

영어 울렁증이 있어서 원어로 얘기해드리지 못함을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때로 영화는 학교의 선생님이나 집안의 부모, 또는 선배나 동료를 보다도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게 됩니다. 우리가 영화 속에서 무엇을 얻어갈지는 순전히 각자의 몫일 겁니다.

그것이 실용적인 대사이든 또는 낭만적인 프로포즈의 방법이든, 선택의 몫은 바로 당신이란 뜻이겠죠. 내일이나 모래쯤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여러분이 선택할 대사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시네마자키 김태훈이었습니다.

Written by Jaco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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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three-m.kr/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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